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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공시/서비스

“은행 한 곳은 도와주리라 믿었는데”… 최대 판매처 외면에 디딤펀드 발동동

조선비즈 2025/05/04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하는 연금 상품인 디딤펀드가 금융상품 최대 판매처인 은행권의 비협조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디딤펀드 출시를 주도한 금융투자협회는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중 한 곳이라도 판매처로 확보한다는 계획이지만, 은행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작년 9월 25일 공식 출시된 25개 디딤펀드의 주력 판매처는 증권사 14곳이 전부다. 이렇다 보니 디딤펀드는 외형 확장에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해 출범 당시 약 800억원이던 디딤펀드 수탁고는 올해 4월 말 기준 2100억원을 기록 중이다. 매월 185억원씩 쌓인 셈이다. 늘긴 늘었으나, 연금 시장 규모를 생각하면 기대했던 속도는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국내 금융상품 최대 판매처는 은행이다. 자산운용사로선 은행이 펀드 라인업에 자사 상품을 노출해 주느냐 마느냐가 실적과 직결된다. 증권사만 판매 채널로 확보한 디딤펀드의 성장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은행에서 디딤펀드를 취급하긴 한다. 다만 이는 운용사가 기존 펀드를 디딤펀드로 포장지만 바꿔 재출시한 경우다. 운용사가 새롭게 내놓은 디딤펀드를 고객에게 적극 추천하는 은행은 전무하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지주사 은행이 계열 운용사 디딤펀드를 일부 취급해 주긴 한다”며 “이조차 큰 규모는 아니다”라고 했다.금투협은 주요 시중은행에 디딤펀드 판매 협조를 계속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은행이 비협조적인 상황이다. 그간 금융투자업계에 그나마 협조적이던 A은행도 디딤펀드 판매는 거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금투협이) A은행에 한 줄기 희망을 걸었는데, 뜻밖에 반응이 차가워 낙담했다”고 전했다.디딤펀드는 주식 편입 비율을 50% 미만으로 제한하고 5% 안팎의 시장 중립적 성과를 추구하는 연금 상품이다. 은퇴 시점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조정해 주는 생애주기펀드(TDF)가 장악하다시피 한 국내 퇴직연금 시장에 보다 안정적인 성격의 ‘메기’ 상품을 공급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시장에선 금투협이 시중은행 단 한 곳이라도 판매처로 포섭해야 디딤펀드가 살아남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은행권이 타 업권을 꼭 도와줘야 할 이유를 못 느끼는 데다 당장 6·3 조기 대선이 다가오는 시기이다 보니 금융투자업계조차도 큰 기대를 안 하는 분위기다.금투협은 디딤펀드가 원금 보장형 퇴직연금 가입자를 끌어오는 걸 목표로 하는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그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을 거라고 했다. 금투협 관계자는 “디딤펀드는 국민연금처럼 주식·채권·대체자산 등에 분산투자해 예금만큼 안정적이면서도 동시에 예금보다는 높은 수익률을 보장한다”며 “노후자금을 반드시 지키려는 보수적 성향의 가입자 중 은행 금리 이상의 수익률을 희망하는 수요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했다.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은행 연금파트 최고책임자 등과 만나 디딤펀드를 알리겠다”고 말했다.전준범 기자 bbeom@chosunbiz.comCopyrights ⓒ ChosunBiz.com